영화 ‘폭락’ 감독 “나도 루나 코인 피해자…”정부지원금 악용 이야기서 출발”

[파이낸셜뉴스] 영화 ‘폭락’의 현해리 감독이 자신 역시 “루나 코인 피해자”라고 말했다.

고(故) 송재림 배우의 유작인 ‘폭락’은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든 청년 사업가 혹은 사기꾼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지난 2022년 루나 코인 대폭락 사태를 모티브로 했다.

'폭락' 송재림.무암 제공

현감독은 지난 6일 서울시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폭락’ 언론배급시사회 겸 기자간담회에서 “당시 제 또래 중에 루나 코인을 안 하는 사람은 바보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였다”며 루나 코인 열풍을 돌이켰다.

그는 “(루나 코인 창업자 권도형을) 천재 사업가라 칭했고, 미국 연방 의원들도 언급했다”며 “무조건 10배, 20배 오른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저 역시 급하게 계좌를 만들어 투자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영화 '폭락' 스틸. 무암 제공

현감독, ‘계약직만 9번한 여자’로 주목받은 시사 교양 PD 출신

현해리 감독은 ‘계약직만 9번한 여자’로 칸 드라마 페스티벌에서 호평을 받은 시사 교양 PD 출신 감독이다.

원래는 차기작으로 정부지원금 부정수급 등을 소재로 한 작품을 구상 중이었다. 그는 “정부지원금 부정수급을 소재로 사업만 6번 망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구상하던 중 루나 코인 사태가 터졌다”며 “창업자의 인생을 톺아보니까 흥미로웠다. 그래서 실제 주인공을 모티브로 해 허구의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래는 블랙 코미디적인 요소가 많았는데 범죄의 무게가 너무 커서 전반적으로 어둡게 완성됐다”고 부연했다.

영화의 주인공은 엄마 옥자의 열성과 본인의 타고난 욕심으로 교육 1번지 서울 대치동으로 위장 전입한 도현(송재림 분)이다. 학창 시절 벤츠 타고 다니는 부잣집 자식이면서 장애 혜택을 받던 친구에게 교환학생의 기회를 뺏긴 그는 이 악물고 공부해 유명 대학에 진학한다.

MSN

그러다 대학교 창업동아리에서 선배의 청년 창업 지원금의 분식 회계를 도와주다가 그럴싸해 보이는 아이디어 만으로 돈을 버는 방법을 터득한다. 그는 동기 지우와 함께 ‘창업 지원금은 나랏돈으로 망해 보라고 주는 눈 먼 돈’이라고 규정, 창업과 폐업을 반복한다.

그러다 벤처캐피탈에게서 거액의 투자를 받게 된 그는 암호화폐 벤처를 창업하고, 결국 코인 폭락 사태의 주인공이 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가난한 어머니를 부정하고, 자신의 거짓말을 눈치 챈 친구와 결별하며 점점 광기에 찬 눈빛을 갖게 된다.

도현의 고등학교 시절부터 대학 창업동아리 시절까지는 허구의 이야기라 다소 블랙코미디적 요소가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투자 유치로 스타트업 대표가 된 후부터 도망자 신세로 전락한 현재에 이르기까지는 영화인지 다큐인지 경계가 모호하다. 여기서는 실제 사건의 핵심만 요약해 빠르게 보여줘 주인공의 변화가 급격하게 느껴진다.

도현은 왜 실체가 없는 허상 그 자체의 악당이 됐나? 영화는 그 이유가 될만한 여러 요인들, 일테면 개인의 타고난 기질부터 가정 및 사회적 환경까지 여러 경우의 수를 연대기 순으로 보여준다.

생전 30대 후반이었던 송재림이 고등학생을 연기하는 게 다소 무리 있어 보일 때도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 대표가 된 이후 도현의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있어서는 고인의 연기력이 빛을 발한다. 어느 순간 광기에 찬 도현의 눈빛과 동업자의 경고에도 안하무인 태도를 보이는 도현의 폭주가 후반부 서사의 모호함을 상쇄시킨다.

투자자 케빈을 연기한 민성욱은 이날 “송재림은 연기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배우다. ‘폭락’에서 대단한 연기를 펼쳐 감탄한 기억이 난다. 조금 과소평가 된 배우가 아닌가 싶다. 많이 보고 싶다”며 고인의 연기를 칭찬하며 그리워했다.

배우 오정연(왼쪽부터)과 민성욱, 소희정, 현해리 감독, 차정원, 안우연이 6일 서울 용산구 CGV에서 열린 영화 ‘폭락’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폭락'은 2022년 50조 원의 증발로 전 세계를 뒤흔든 루나 코인 대폭락 사태 실화를 기반으로 한 범죄드라마다. 뉴스1

배우 오정연(왼쪽부터)과 민성욱, 소희정, 현해리 감독, 차정원, 안우연이 6일 서울 용산구 CGV에서 열린 영화 ‘폭락’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폭락’은 2022년 50조 원의 증발로 전 세계를 뒤흔든 루나 코인 대폭락 사태 실화를 기반으로 한 범죄드라마다. 뉴스1

영화 '폭락' 감독 "나도 루나 코인 피해자..."정부지원금 악용 이야기서 출발"

“내가 사기꾼처럼 보여요?” 묻는 영화, 사업가라 항변하는 장면 왜?

영화는 ‘내가 사기꾼처럼 보여요?’라고 물으면서 시작하나, 사업가인지 사기꾼인지 딱 잘라 단정짓지 않는다.

현감독은 “모티브가 된 주인공에 대해 두둔하려는 의도는 아니지만 사기를 상정하고 사기를 치는 사람도 있겠지만 본인이 중대한 과실을 저지르면서도 모르는 경우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기꾼으로 단정짓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분명히 사기의 혐의가 있고 잘못된 행동인데 멈출 수 없게 된 사람의 이야기다. 그는 자신의 변호사에게도 자신은 사업가라고 변명과 항변을 한다. 마지막에 그 대사를 넣음으로써 (코인 폭락 사태와 관련해) 사기를 친 사람이 잘못인지, 믿은 사람이 잘못인지 아니면 우리 사회 시스템의 문제인지 묻고 싶었다”고 말했다.

루나 코인 사태' 다룬 '폭락', 감독도 피해자였다?..."하고 싶은 이야기 많았다" < 개봉영화 < 영화 < 연예 < 기사본문 - MHN스포츠 / MHN Sports

“사기라고 하면 그 사람 혼자의 잘못이 되는데, 사실 저는 굉장히 복잡한 것들이 작동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한편 루나 코인 대폭락은 개발자 권도형과 신현성이 설립한 테라폼랩스에서 발행한 암호화폐 테라USD(UST)와 그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자매 코인 루나(LUNA)가 대폭락한 사건이다. 개당 10만원에 달하던 코인이 한순간에 개당 1원도 되지 않는 수준인 -99.99999%까지 극단적으로 붕괴된 미증유의 사건이었다.

한편 권씨가 받는 범죄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될 경우 최고 형량이 130년에 달할 것이라는 뉴스가 지난 3일 보도됐다.

미국 뉴욕 남부연방지검은 2023년 3월 권씨가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된 직후 권씨를 증권사기,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상품사기, 시세조종 공모 등 총 8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권씨는 지난 2일(현지시간) 뉴욕 연방법원에서 각종 사기 혐의 등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다.

현해리 감독이 6일 서울 용산구 CGV에서 열린 영화 ‘폭락’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현해리 감독이 6일 서울 용산구 CGV에서 열린 영화 ‘폭락’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Related Posts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